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mY StOrY 2007. 11. 20. 13:12

    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허위적허위적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왜 뛰어왔어요. 아기도 등에 업었으면서.....
    이마에 땀 좀 봐요.”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내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함께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야지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장사가
    이 좋은 날, 너와 함께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분유를 굶어야한다.
    철환이 너와 함께 할 수 없어 내 마음 많이 아프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 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 천 원이다.
    하지만 슬프진 않다.
    잉게 숄의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너와 함께 읽으며 눈물 흘렸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기에 나는 슬프지 않았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나는 외롭지 않았다.
    사자바람 부는 거리에 서서
    이원수 선생님의 <민들레의 노래>를 읽을 수 있으니
    나는 부끄럽지도 않았다.
    밥을 끓여먹기 위해
    거리에 나 앉은 사람들이 나 말고도 수천 수만이다.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너무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어제 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밤하늘의 오스스한 별을 보았다.
    개 밥그릇에 떠있는 별이
    돈보다 더 아름다운 거라고 울먹이던 네 얼굴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가서 먹어라.
    철환아, 오늘은 너의 날이다. 마음껏 마음껏 빛나 거라.
    친구여....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

    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 예전에 보았던 글인데 다시 보아도 감동적이길래 퍼왔습니다.
    - <연탄길>의 작가 이철환님의 실화라고 합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