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사는거야

[본문스크랩] [주간한국] 아산 외암마을

MSTOY™ 2007. 1. 11. 13:16
충청도 아산 남쪽을 지나는 금북정맥에서 뻗어 나온 지맥은 광덕산(698.4m)을 지나면서 두 갈래로 나뉘는데, 외암마을은 서북쪽으로 뻗은 산줄기의 설화산(447m)을 주산으로 하고, 멀리 서남쪽에 솟은 금북정맥의 봉수산(535m)을 조산으로 들어앉았다.

충청도 반가의 미학을 보여주는 전통마을

조선 명종 때 장사랑(將仕郞)을 지낸 이정(李挺)이 낙향하여 이곳에 정착하면서 예안 이씨(禮安 李氏)의 세거지가 되었으며, 그 후손들이 번창하면서 반촌(班村)의 면모를 갖추었다.

마을 이름의 유래는 숙종 때 학자인 후손 이간(李柬)에 의해서다. 그는 마을 주산인 설화산의 우뚝 솟은 형상을 따서 자신의 호를 ‘높을 외’ 자를 쓴 외암(巍巖)이라 지었는데 그 후 마을 이름도 그렇게 불렸다.

그런데 한자는 언제부터인지 획수가 적은 외암(外岩)으로 바뀌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마을 안에는 민가가 밀집되어 있고 그 주변에는 논과 밭이 정겹게 둘러싸고 있다.

이들 중 넓은 마당과 정원을 갖추고 여러 칸의 목조 기와집을 가진 큰 규모의 고가(古家)들이 20여 채에 이르고, 그 사이사이엔 작은 규모의 집들이 섞여서 모두 60채가 자리잡고 있다.

반가(班家)에는 참판댁․병사댁․감찰댁․교수댁․참봉댁․ 국사댁 등 주인의 관직명을 따서 부르는 택호, 그리고 재직하던 고을명이나 출신지명을 딴 영암댁․신창댁․양성댁 등의 택호가 붙여져 있다.

대부분 조선 후기에 건립된 외암마을 고택들은 구조와 양식에서 높은 품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가세를 과시하려는 성향이 있는 여느 지방의 반가와 달리 거창하지 않고, 텃밭과 돌담길 등이 반가와 함께 어우러져 오히려 담백한 분위기를 드러내고 있다.

또 설화산의 화기(火氣)로 인한 화재와 재난을 염려하여 마을로 끌어들인 계류가 집들 사이로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어 마을 전체가 하나의 정원처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집들은 대부분 낮지도 높지도 않은 사람 키 높이의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돌담 사이로 나있는 골목길은 제법 고풍스런 멋을 풍긴다.

또한 골목길이 많아 관람 동선 잡기가 쉽지 않지만, 마을 입구에 있는 외암민속관을 먼저 들러 외암마을의 내력을 이해한 다음 천천히 골목길을 걸으면서 둘러보면 된다.

한편, 외암마을 이참판댁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주(家酒)인 연엽주는 고종에게도 진상하였다고 전하는 전통술이다.

그 동안 집안에서 제삿술로만 빚어 왔으나 요즘은 일반인들도 그 맛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마을에는 연엽주를 빚어 파는 집이 여럿 있다.

2월 11일에 대보름행사 펼쳐져

정월 대보름은 우리 겨레의 ‘밝음사상’을 반영하는 큰 명절로서 그 날을 전후해 전국에서는 마을 공동체 행사가 많이 열린다.

외암마을도 대보름 전날인 2월 11일 방문객을 초대해 장승제를 연다. 이는 마을의 액운을 막고 전염병을 물리치기 위하여 마을 수호신인 장승에게 지내는 동제(洞祭)다.

잔치는 토요일인 11일 오후 1시쯤 시작한다. 외암민속관 근처에 장승을 세우고 이런저런 준비를 마치고 나면 풍물패가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분위기를 슬슬 잡아나간다.

오후 2시 마을 노인이 주관하는 엄숙한 제례 의식은 30분 정도 걸린다. 이후는 외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차례다. 원하는 방문객들은 장승 앞에 향을 피우고 절을 올릴 수 있다.

오후 3시 풍물패가 다시 흥을 돋우면, 마을 곳곳에서 연날리기를 비롯해 투호․제기차기․썰매타기․떡메치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연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서부터 인절미 재료까지 행사에 필요한 모든 물품은 외암마을에서 준비를 한다. 썰매도 보통 때는 1대 빌리는 데 1,000원씩 지불해야 하지만, 이 날만큼은 무료다.

또 오곡밥․약식․귀밝이술․부럼․복쌈․진채식 등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날에 만들어 먹는 별식을 ‘상원절식’이라 하는데, 외암마을 측에서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대접한다.

이윽고 서산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땅거미가 서서히 밀려들면 풍물패가 신명나게 막바지 흥을 불지핀다. 그리고 오후 7시쯤 시냇가 옆의 논에서는 쥐불놀이가 늦겨울 밤하늘을 수놓는다.

쥐불놀이에 필요한 깡통과 나뭇가지 등도 당연히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다. 또 둥근 달이 온 마을을 밝게 비출 때면 한켠에선 달집태우기를 한다.

달집이 거의 타들어 가면 풍물패와 어우러진 잔치 한마당이 다시 벌어지고 8시간여 동안 계속된 대보름 행사는 밤9시쯤에 서서히 막을 내린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가보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외암마을 입장료는 대인 1,000원, 소인 500원.

주차요금은 1,000원. 관리사무소 041-544-8290 홈페이지 www.oeammaul.co.kr


숙식 외암마을(041-541-0848)은 공동관리 시스템으로 민박을 운영한다. 겉보기엔 전통 초가라 초라해 보이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샤워․취사시설과 화장실이 완비되어 있다.

숙박요금은 6인 이하 1실 기본 40,000원. 예약된 민박 손님은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민박집에서 식사(매끼5,000원)도 가능하다.

외암마을 앞에서 39번 국도를 타고 공주․유구 방면으로 70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에 ‘산과 들 묵집(041-541-7762)’이 유명하다. 묵밥 1인분 5,000원.

교통 △경부고속도로 천안 나들목→1번 국도(대전 방면)→4km→21번 국도(아산 방면)→온양온천 1km 전 삼거리→39번 국도(공주 방면)→5.5km→송악면 소재지(좌회전)→1km→외암민속마을. 서해안고속도로→서평택 나들목→38번 국도→포승→아산만방조제→39번 국도→아산(공주 방면)→5.5km→외암마을. △서울→아산(온양)=동서울터미널에서 매일 20~30분마다 수시(06:00~21:50) 운행. 2시간 소요. 요금 6,600원.

서울남부터미널에서는 매일 11회(07:20~17:40), 강남터미널에서는 매일 30분(06:30~21:00) 간격 운행. △온양→외암마을=온양시내에서 강당골행 시내버스가 매일 40분 간격(06:20~20:50)으로 운행. 40분 소요.


글·사진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