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의 슬픈이야기
[기자수첩] 과기부 해체 부작용 우려/이재원기자 [2008.01.22 16:50]
집안(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던 과학이와 기술이 형제는 요즘 슬프다. 40년간 서로 도우며 열심히 집안을 일으켰는데 앞으론 따로 살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집안을 정리하기 위한 어르신의 결정이니 따르긴 해야겠는데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린 같이 있어야 더 힘을 쓸 수 있는데….”
어느날 사촌인 산업이가 찾아와서 과학이가 키우던 나무(핵융합 등)를 가져가려 한다. 기술이랑 함께 살게 된 산업이는 덩치도 크고 힘도 세다. 내것을 왜 가져가냐는 과학이의 물음에 산업이는 “너랑 같이 살 교육이가 이 나무 너희집에 필요없다고 가져가랬어”라고 대답한다. 과학이는 “그동안 정성을 다해 키운 나무는 내가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며 울먹였지만 산업이는 들은척 만척이다.
과학이와 기술이는 이렇게 떨어져선 집안을 위해 일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 질 것 같아 큰댁(대통령직인수위원회)을 찾았다. 하지만 어르신의 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사랑방엔 과학이와 기술이의 사정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오히려 산업이의 친구가 앞을 막고 있다.
하는 수없이 과학이와 기술이는 “우리 떨어져 있더라도 계속 열심히 일할 방법을 찾아보자”고 다짐하며 발길을 돌린다.
키우던 나무들이 이제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운명에 처했다는 것을 과학이와 기술이는 안다. 30년을 키워야 하는 나무도 있고 50년을 키워야 하는 나무도 있지만 함께 살게 된 산업이와 교육이는 자기일이 바쁘다. 어른들도 5년 안에 다 크는 나무들만 관심을 갖을 것만 같다.
그래서 요즘 수십년간 나무를 키워왔던 동네 어른들은 모이면 걱정이다. 빨리 자라는 나무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가꿔야 자라는 나무가 더 큰 결실을 주는 중요한 나무이기 때문이다. 얼마 있으면 헤어져야 할 과학기술부의 슬픈 이야기다.